RichBird의 여행기/Hokkaido

2. 북해도의 역사 feat. 아이누

리치버드 2023. 3. 1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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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홋카이도가 아닌 에미치의 역사

 

 

리치버드입니다.

저는 방문하는 지역의 문화, 예의 그리고 역사를 간단히 훑는 것으로 여행 준비를 시작합니다.

홋카이도는 일본의 4대 섬 중 가장 북쪽에 위치한 섬으로 독특하고 매혹적인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홋카이도의 역사를 훑어 보겠습니다.

 

홋카이도 시대별 변화

 

선사 시대 : 홋카이도는 원래 독특한 언어와 문화를 가진 아이누족이 거주했습니다.

고고학적 증거는 아이누족이 홋카이도에서 적어도 10,000년 동안 살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에도 시대 : 에도 시대 (1603년~1868년) 동안 홋카이도는 일본의 나머지 지역들로부터 크게 고립되었고 변경 지역으로 남아있었습니다.

아이누인들은 일본인 정착민들이 도착함에 따라 점점 더 외진 지역으로 밀려났습니다.

 

메이지 시대 : 1869년 메이지 정부는 공식적으로 홋카이도를 합병하고 개발과 식민지화 계획을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아이누족의 강제 동화와 전통적인 땅과 문화의 많은 부분을 잃게 했어요.

 

제2차 세계 대전 : 홋카이도는 제2차 세계 대전에서 일본군의 군사 작전 기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또한 연합군의 폭격 표적이 되기도 했어요.

 

전후 시기 : 전후 홋카이도는 급속한 근대화를 겪었고 중공업, 농업, 관광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아이누 문화를 보존하고 홋카이도의 독특한 역사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관광을 홍보하는 것이 활성화되었죠.

 

 

아이누족의 곰 축제를 담은 그림입니다. 1800년 발간된 아이누족의 풍속화첩인 <에조토 기칸>(エゾトウ キカン)에서. (출처 : 강인욱의 테라 인코그니타)

 

 

미개함과는 거리가 먼  : 아이누인

 

지금 홋카이도에만 1만명 남짓이 공식적으로 남아 있는 아이누족은 입 주변에 마치 조커를 연상시키는 문신을 하고,

서양인처럼 보이는 신기한 외모에 곰을 숭배하는 사람들 정도로만 알려진 것이 대부분이에요.

하지만 아이누인들의 역사는 의외로 길어서 일본의 역사 기록에는 서기 7세기 도호쿠 일대에서 ‘에미시’(蝦夷)라는 이름부터 등장합니다.

 

원래 아이누는 일본에 국가가 등장하기 전부터 일본열도 전역에 살다가 북쪽으로 밀려간 사람들의 후손이었어요.

시베리아와 극동의 추위에 적응하기 위해 눈이 작고 광대뼈가 발달한 소위 ‘북방 몽골로이드’ 계통의 주민과는 외모부터가 완전히 다르죠.

핀란드의 언어학자 유하 얀후넨은 언어적으로 보아도 아이누 언어는 북쪽이 아니라 혼슈 등지의 남쪽에서 기원했다고 합니다.

 

혼슈의 도호쿠에도 에미시라고 부르던 "도호쿠 아이누" 세력도 존재하였고 헤이안 시대에 일본(야마토 조정)과 충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역사 시대를 거치며 일본에 단계적으로 복속되었어요.

언어는 본래 아이누의 고유언어인 아이누어를 사용했으나 현대에 들어와서는 일본어와 러시아어가 많이 쓰입니다.

(출처 : 강인욱의 테라 인코그니타)

 

 

아이누를 부르는 명칭은 다양합니다.

옛날 일본에서는 턱수염을 새우에 비유해 '蝦夷'라고 쓰고 발음은 에미시(えみし), 에비스(えびす), 에조(えぞ) 등으로 불렀어요.

아이누라는 명칭은 아이누족이 자신들과 교역을 하는 일본인들에게 자신들을 오랑캐 취급하는 '에조' 대신 불러달라고 요구한 명칭입니다.

반면에 자기들끼리 자기 민족을 부르는 명칭은 '동포'를 의미하는 우타리(ウタリ, Utari)입니다.

즉 '아이누'는 다른 민족이 자신들을 지칭할 때 불러주길 바라는 명칭이고, '우타리'는 아이누족이 스스로를 부르는 명칭인 셈이죠.

17~18세기 일본 문헌에 아이노(アイノ)로 기재된 경우도 많아요. 아이누어의 /u/는 일본어의 (우~으)단과 동일하지 않아서

일본인들 귀에 (오)처럼 들리기도 하기 때문이었어요.

지명에 기반한 언어학적 관점에서 옛날 아이누의 분포를 파악하면 다음 그림과 같습니다.

의외로 혼슈 동북부 지방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데요.

 

고전후 시대까지 도호쿠 아이누(에미시)는 일본 동북부 지방에서 세력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자체적인 국가 형성에는 실패했고, 7세기 무렵부터 11세기에 이르는 기간 동안 진행된 본격적인 일본의 정복 활동과 압박에 복속하거나 투항하여 야마토 민족에 완전히 동화되었어요.

홋카이도의 레분 섬에서 발견된 조몬인 여성의 유골 DNA를 분석한 결과

밝은 갈색 눈, 젖은 귀지, 알코올 분해가 가능한 형질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유전적 구성이 한국인울치족대만 원주민과 유사하였다고 합니다.

(출처 : https://www3.nhk.or.jp/nhkworld/en/news/backstories/555/)

 

 

 

 


 

아이누족의 설화

 

아이누족의 여러 설화, 신화 중 가장 유명한 신화는 바로 하얀 털의 개와 관련된 설화입니다. 

관녀 유와나이가 레타르 세타(하얀 개)의 정을 얻고 아이를 낳았다는 설과 늑대 여동생이 인간과 결혼한 이야기,

흰 개가 인간에게 시집와 세 아이를 낳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데요. 사실 신화라고 하기에는 기록이 너무 적었어요.

아이누 문화 연구가인 사라시나 겐조 교수의 책인 「아이누 신화」에 의하면, 사실 옛날에는 늑대를 '세타'라고 불렀는데

관녀 유와나이 설화를 번역한 사람이 '세타'를 흰 개로 오역했기에 개 관련 설화로 알려졌다고 말합니다.

늑대로 봤을 경우에는 수렵 민족들에게서 나타나는 늑대 관련 설화와 같은 부류라고 정의했어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모노노케 히메>의 시작 : 레타르 세타 신화

 

여주인공 '산'의 입 주변을 보면 마치 아이누족의 입모양 문신을 연상시키네요.&nbsp; (출처 : 영화 [모노노케 히메])

 

 

레타르 세타 설화를 영상화해 신화로 재구축한 작품이 바로 그 유명한 미야자키 하야오감독의 [모노노케 히메]입니다. 

재앙신의 저주를 받은 에미시 일족의 왕자 아시타카는 마을을 떠나 서쪽에 가서 들개신 모로의 수양딸인 산을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즉, 산과 아시타카가 각각 이 설화의 흰 개와 인간에 해당합니다.

마찬가지로 아이누 설화를 모티브로 만든 [태양의 왕자 호루스의 대모험]에서부터 아이누 설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미야자키는

료가 부족하던 레타르 세타 설화를 현대인들이 쉽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로 부활시켰고

레타르 세타 설화를 다룬 작품은 모노노케 히메가 유일하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다만 반대로 모노노케 히메를 통해 기록이 적었던 레타르 세타 설화는 아이누 신화 중 가장 유명한 이야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어요.

 

 

현재 일본에서 아이누족은 어디에 있을까

 

과거와 달리 현대 일본에선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아이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늘었다고 합니다. 

일본 제국 시절에는 야요이인을 뿌리로 하는 야마토 민족 중심의 단일민족이 곧 일본인이라는 것이 진리였어요.

그렇기에 아이누는 탄압당했고 전후에도 그 잔재가 남아서 여전히 아이누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았었습니다.

 

현재는 아이누의 문화와 관련된 것들이 각종 상품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특히 과거에 아이누의 땅이었고 현재도 아이누 문화의 영향이 강하게 남은 도호쿠와 홋카이도에서

아이누 문화는 그야말로 훌륭한 관광자원이 되었어요.


다만 지금도 차별이 아예 사라진 건 아니라고 해요.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일본인이 근대 시기 홋카이도에서 원주민 아이누의 권리를 빼앗고 탄압했다"는 인식이 아직 다수를 차지하지는 못한다고 합니다.

일본의 역사 교육에서도 홋카이도의 아이누인 탄압보다는 일본인의 홋카이도 개척을 좀더 중시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1899년 쿠릴섬을 정벌하는 일본의 무사시노함에 끌려와 춤을 추는 쿠릴섬의 아이누인입니다. (출처 : 강인욱의 테라 인코그니타)

 

 

아이누인의 탄압 역사를 완전히 인정하게 된다면 근대 시절 홋카이도로 이주한 일본인의 홋카이도에 대한 권리 등도

아이누인들에게서 빼앗았다는 이유로 권리 보유의 정당성을 다시 논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오히려 아이누가 오히려 일본 정부에 혜택을 받았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는데요.

한국 식민지배 이전에 아이누가 있었군요.


일본에는 아이누 민족의 권익을 지키고 고유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아이누 민족당이라는 정당이 있어요.

그러나 가리유시 클럽(구 류큐 독립당)이 류큐의 독립을 주장하는 것과 달리, 아이누 민족당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이누족은 류큐인들의 오키나와현이나 아마미 군도와 달리 자기들끼리의 근거지를 상실한 상태이고

이미 일본인으로 동화돼 버렸기 때문입니다.

 

아이누 민족당은 현실적으로 접근해서 일본 사회 내에서 아이누족의 권익을 지켜 달라고 요구하는 정도라고 합니다.

 

 

 


 

 

홋카이도는 원래 '에미치'라고 부른다

 

저는 홋카이도 시라오이군에 위치한 아이누 박물관에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노보리베쓰 온천 가는 길에 있네요. 숙소에서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3시간 거리인데 렌트카로는 1시간 30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이렇게, 아이누 박물관 - 노보리베쓰 온천 - 닌자 포트 - 우니 가공 공장 with 렌트카 코스. 제일 먼저 확정한 일정입니다.

 

모두 낮에만 운영하는 곳이라 부지런히 움직여야겠네요.

 

 

숙소에서 렌트카로 세 곳 모두 찍으면 총 2시간 5분 정도 나옵니다. 숙소 구하는 이야기는 다음 화에 올릴게요. (출처 : google m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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