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하코다테 여정 2. 술에 진심인 사람들
- 하코다테 주민에게 정들다.
리치버드입니다.
삿포로역에서 하코다테역에 무사히 도착하여
아카렌가 창고 - 하세가와 스토어 - 야치가시라 온천 - 하코다테 전망대
까지 무사히 즐겼습니다.
2023.04.17 - [리치버드의 여행기] - 21. 하코다테 1박 2일 여정 1. 길 2번 잃는 능력
21. 하코다테 1박 2일 여정 1. 길 2번 잃는 능력
- 하코다테 노면전차, 색과 번호를 유의하세요. 리치버드입니다. 지난 주말, 하코다테 1박 2일로 짧고 굵게 감동받고 왔습니다. 삿포로에서 하코다테 가기 우리는 JR패스 호쿠토 라인 5일권을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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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에 하코다테 산에서 내려온 우리는
미행하듯 천천히 따라오는 수많은 택시를 뒤로 하고
주지가이역까지 걸어왔어요.
호다다닥 뛰어내려온 우리는
하코다테에서의 본격적인 파티를 위해
다이몬 요코초에 왔습니다.
맞은 편에 열심히 까마귀 식사를 만드는 취객을 구경하며 다이몬 요코초에 도착했습니다.
4월의 하코다테라 그런지 외국인 관광객은 거의 못 봤고
현지 단골로 보이는 손님이 많았어요.
왜 단골로 보였냐면
주인장과 서로 삿대질하며 깔깔깔 웃더라고요.
작은 가게들이 모두 그런 분위기였습니다.
우리는 그 중, 뭔가 근거 없는 느낌에 끌려
이 곳으로 들어왔습니다.
5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부부와 할머니가 운영하고 계시는 선술집.
들어오자마자 연배 있는 단골들의 시끌벅적함이 따뜻하고 좋았어요.
1차 - Yamataichi
ヤマタイチ
기본 안주와 생맥주로 시작합니다.
우리가 이런 곳은 처음인데 어떻게 주문하면 좋을까···한참 고민했습니다.
메뉴는 구글링을 해도 모르는 단어들 투성이.
쇼츄도 마시고 싶고 이 곳의 인기 메뉴도 먹어보고 싶었어요.
고민 끝에 여성 사장님을 불렀습니다.
"기본안주의 양념이 너무 맛있는데, 이런 조림류는 무엇이 있어?"
"우리 메뉴에 조림은 없어. 뭐가 좋으려나. 오늘의 회 먹을래?"
"알겠어. 잘 부탁해. 우리가 한국에서 왔는데 메뉴를 보는 것이 아직 서툴거든."
"너네 일본인 아니었어?"
그 때부터 닷지에 있는 남성 사장님이 우리의 테이블을 계속 보며
틈틈이 챙겨주시더라고요.
여성 사장님은 굉장히 유쾌한 성격의 장사 고수이신 듯한 포스.
오늘의 회는 오징어 회였습니다.
해산물의 눈을 못 보는 Dan을 위해 제가 살점으로 눈을 덮어줬어요.
내장이 끝내주게 맛있습니다.
눈알은 끈적거리는 것이 치아에 자꾸 붙어서 먹기 쉽지 않았어요.
저는 호로록 신나게 먹었고
Dan은 국물을 요청했습니다.
나중에는 할머니도 오셔서 저를 보며 입맛에 맞냐고 계속 체크해주셨어요.
한 두번 보시더니
저보다 Dan이 까다롭구나? 하면서 깔깔깔 웃으셨습니다.
너희의 정체는 무엇이냐며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고
신나게 수다를 떨었습니다.
이 가게는 다행히도(?)
다른 가게보다 단골의 방문률이
관광객 방문률보다 월등히 높은 곳이더라고요.
이 달의 사케는 하코다테에서만 마실 수 있는
달짝지근하고 목넘김이 부드러워
네 잔···인가 마셨습니다.
그때 옆 테이블에 들어온 지 5분 된 중년 남성 3분이 우리에게 말을 걸었어요.
사장님이 우리를 한국인이라며 소개했고
Dan은 그중 가장 취하신 아저씨에게 메뉴를 추천해줄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취한 아저씨는,
우리에게 자신의 단골 메뉴 하나를 구매해주고
허그를 하고 떠났어요.
기대 안 한 선물과
기대를 안 했어도 당황하게 만든 메뉴에 이어
환상적인 맛까지
3연타를 맞고 신나게 술을 더 주문했습니다.
술은 추가할 때마다 사진찍기가 민망했어요.
사장님이 술 몇 잔 마시는지 기록하냐고···
물론 안주도 추가로 주문했어요.
이것은 마 인데요.
메뉴판의 우측 상단을 보시면
生とろろ
라고 적힌 메뉴 보이시죠. 480엔. (세금 포함 528엔)
저 메뉴를 주문했어요.
영화 <심야식당>, 2015 의 1편에서 '마밥' 편에 등장한 그 요리입니다.
대신 밥은 없고 마 위에 계란 노른자와 간장 그리고 와사비를 섞어 먹어요.

여기서 나오는 밥은 일반 밥이 아닌 다시마를 올려 지은 밥이에요.
리치버드의 어머니가 마를 좋아하시는데 (많이 먹는 걸 본 적은 없음. 본인 피셜)
생을 갈아서 만든 마를 밥 위에 얹어먹는 일본의 '토로로 고항',
언제 한 번 해드려야 겠습니다.
속이 편안-해지고 포근한 기분이 들어요.
아무튼 고난이도의 메뉴를 뚝딱- 한 후
즐겁게 허그를 하고 나왔습니다.
한 시간 반 정도 머물면서
생맥주 4잔, 사케 4잔, 안주 4가지···8만원 정도 먹었네요.
다음에 하코다테에 오면 꼭 들르라며
5월이 하코다테 여행의 적기라고 추천해줬습니다.
겨울에 왜 이렇게 한국인이 많이 오는지 모르겠다고까지 하면서
5월에 오면 제철 요리를 많이 해주겠다고 하셨어요.
겨울이 적기가 아니다···몰랐네요.
2차 - Bar MOJITO
バー モヒート
2차로 칵테일 한 잔을 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다 들어간 곳.
10시 50분 정도에 야마타이치에서 나와
11시 정도에 들어간 것으로 기억해요.
아마도···.
들어갈 때 스페인 관광객 2명이 나갈 채비를 하며
계산을 하고 있었어요.
계산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고
혼자 일하는 어린 외모의 사장님은
우리가 한국어를 쓰는 것을 듣고는
어딘가 얹짢아 하는 표정이었습니다.
그 어두운 조명 속에서도 그런 건 잘 느껴지더라고요.
우리 자리를 테이블로 안내해주려고 했는데
우리가 사장님 가까이에 있는 닷지에 앉고 싶어하자,
그러시죠.
티를 최대한 안 내려고 하는 떨떠름함이 느껴졌어요.
혹시 현금 계산만 가능한데, 괜찮으냐고 묻더라고요.
알고 있다고 하고 주문을 요청했습니다.
손님은 이제 우리뿐인데
매장은 새벽 2시까지 한다고 적혀있는데
음.
하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즐겁게 2차를 즐기기로 결심.
늘 마시던 마티니와 가게명에 기대를 걸고 모히토를 주문했습니다.
"너네가 고른 메뉴가 꽤 쎈데, 괜찮겠어?"
"응. 괜찮아. 마티니는 리치버드가 먹을 건데, 리치버드가 술이 더 쎄."
"ㅎ. ㅇㅋ."
어머나.
이 사장님 칵테일 하나 제대로 말 줄 아시네.
우리는 차원이 다른 칵테일의 진한 맛에
슬슬 발동이 걸리고 말았습니다.
"쿠바의 용품이 많네. 쿠바에 혹시 다녀온 적 있어? 칵테일도 맛이 너무 좋아."
"앗. 고마워. 사실 내가···"
"···그래서 일본의 위스키는 얼음을 많이 넣는 구나. 나는 니트로 마시는 편이라."
"오. 그렇다면 이 위스키를 추천해줄 수 있어. 혹시 후라노 가봤어?···"
"···그래서 우리가 내일 가려는 재즈 카페는 여기야."
"나보다 검색력이 좋구나? 나도 거기 가볼래. 알려줘."
사장님의 술집 운영 계기부터 쿠바 유학,
일본의 위스키 역사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어느 곳을 가든 3주간 삿포로에 머무는 우리가 신기했나 봐요.
이것저것 물어보며 맛집이나 자신의 단골 가게를 소개해줍니다.
이 사장님 역시 자신이 좋아하는 카페, 소바, 라멘 가게 등을
직접 글로 적어서 건넸어요.
이후 손님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는데요.
그럼에도 우리를 우선으로 계속 챙기면서
여러모로 챙겨주는 감동적인 사장님.
사장님과 함께 사진도 찍고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거스름돈 5~600엔을 팁으로 선물했습니다.
기뻐하며 뭐라도 더 줄 것이 없는지 살펴보는 사장님의 귀여운 모습을 떠올리며
우리는 행복한 마음으로 숙면을 취합니다.
다음 날은 아침부터 부지런히
비를 맞아가며 북동쪽을 돌았어요.
다음 편에 계속.
2023.04.18 - [리치버드의 여행기] - 23. 하코다테 여정 3. 임연수재즈구이뮤지션
23. 하코다테 여정 3. 임연수재즈구이뮤지션
- 여기서 살면 어떨까, 는 생각을 하게 만든 동네. 리치버드입니다. 하코다테 3편이에요. 다이몬 요코초 - 칵테일 바에서 거하게 달린 후 2023.04.17 - [리치버드의 여행기] - 22. 하코다테 여정 2. 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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